구멍찌 낚시는 조류를 타고 흐르는 채비를 그냥 방치하지 않고 팽팽하게 당기거나 살짝 풀어주는 종작을 반복하며 물고기를 유인하는 여러 동작을 가미한다. 이것을 조작이라고 부른다. 조작에는 원줄(=뒷줄)을 풀어주는 흘림과 원줄을 잡아주는 견제가 있는데, 그중 견제야 말로 물고기의 입질을 부르는 구멍찌 낚시의 하이테크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잘 만든 채비를 완벽한 찌 밑수심으로 흘린다 하더라도 무작정 조류에 내맡겨서 흘리는 것으로는 입질을 받기에 충분하지 않다. 재수가 좋아 지나가던 물고기가 미끼를 발견한다면 와락 달려들겠지만 구멍찌 낚시에서는 낚시인이 채비를 움직여 주는 조작이 중요하다.
채비 조작이란, 낚싯줄의 끝에 달린 미끼를 움직여서 물고기의 눈에 잘 띄도록 하고, 물고기의 공격력을 부추기며, 동시에 미끼가 바닥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주로 낚싯대를 들어서 원줄을 당겼다가 다시 풀어주는 것이 대표적 조작법이다. 물고기는 가만히 있는 먹이보다, 눈에 띄는 먹이의 움직임이 나타날 때 그쪽으로 달려가는 습성이 많다. 그러므로 미끼를 조류에 자연스럽게만 흘리는 것보다 인위적으로 움직여줄 때 더 빠른 입질을 받는다. 즉 고기가 물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끼를 움직여서 고기가 미끼를 물도록 유혹하는 공격적 낚시법이 필요하다.
밑밥 크릴보다 부자연스러운 미끼 크릴에 입질하는 이유는?
찌낚시엔 밑밥과 미끼로 모두 크릴을 사용한다. 수천마리 크릴 밑밥의 흐름 속에 단 한 마리 크릴 미끼를 넣어서 입질을 받아내는 게 구멍찌 낚시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물고기는 왜 수많은 밑밥 크릴 속에서 유일한 미끼 크릴을 물 수 있는 것일까? 물고기 입장에선 낚싯줄에 연결되어 있고, 바늘까지 속에 든 미끼 크릴보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수적으로도 훨씬 많은 밑밥 크릴만 먹을 것 같은데도 용케 미끼 크릴을 찾아서 입질한다. 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미끼 크릴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밑밥 크릴 속에 딱 한 마리 튀는 동작을 보이는 미끼 크릴이 눈에 띄어 그것을 공격하는 것이다. 초원의 치타가 영양을 사냥할 때 무리 속에서 튀는 개체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 즉 찌낚시는 미끼를 자유방임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액션을 주어야 더 빠른 입질을 받아낸다.
'견제'란 용어의 유래
구멍찌 낚시를 하다보면 "30m쯤 흘러간 뒤 견제하라" "너무 오래 견제하면 안 된다"등 견제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견제가 대체 무엇인가? 견제의 사전적 의미는 '경쟁 대상이나 감시 대상이 지나치게 세력을 가지거나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도록 억누름'이다. 그러나 구멍찌 낚시에서 견제는 '채비가 자유롭게 흘러가거나 가라앉지 못하도록 뒷줄을 팽팽하게 잡거나 당겨서 수중의 미끼가 멈추거나 조류에 밀려 떠오르게 하는 조작'을 뜻한다.
'견제'는 1994년 낚시춘추에서 *견제 조법*이라는 기사를 통해 처음 사용한 용어다. 따라서 일본에는 없는 낚시 용어다. 일본에선 대신 '하리 기미(잡아서 멈추다)'라고 부른다. 견제의 일본 발음인 '겐세이'는 당구용어로 쓰고 있다.
94년의 *견제조법* 기사 발표는 한국 감성돔 낚시의 큰 전환을 이끌었다. 그 전의 찌낚시는 조류에 순응하는 자연스러운 흘림을 최선의 낚시 방법으로 알고 있었으나, 빠른 조류에서 억지로 찌를 포인트에 오래 붙잡아 두거나 느린 조류에서도 인위적으로 미끼를 잡아주는 견제 조법이 더 강력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견제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하는데, 조류가 잘 흐를 땐 풀려나가는 줄을 잡고만 있어도 되지만, 조류가 약할 땐 뒷줄을 살짝 당겨주는 식으로 한다. 당겨주는 견제는 '유인 조작'이라 부르기도 한다.
견제와 미끼 선행
견제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에도 구멍찌 낚시에선 뒷줄을 잡아주는 조작을 했다. 그 이유는 '미끼 선행'을 시키기 위해서다. 미끼 선행이란 수중 찌보다 미끼가 먼저 흘러가서 어신을 유도하고 입질이 선명하게 전달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미끼가 선행되어야 그 미끼가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또 물고기의 눈에 목줄이 보이지도 않아서 확실한 입질이 나타난다.
그런데 뒷줄 견제없이 그냥 흘리면 미끼 후행이 된다. 그 이유는 구멍찌가 흐르는 상층 조류가 미끼가 흐르는 하층 조류보다 빠르기 때문이며, 만약 유속이 같더라도 큰 구멍찌가 작은 미끼보다 더 조류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채비를 흘리다가 미끼선행이 의심스러울 땐 원줄을 다소 빠듯하게 잡아준다. 그러면 미끼는 찌보다 더 멀리 나가서 정렬된다. 그런 상태가 미끼 선행이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채비를 흘리면 미끼가 찌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로 떴다가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하면서 활발히 움직이며 물고기의 입질을 유혹하게 된다.
만약 뒷줄을 오래 잡고 있으면 미끼는 더 확실히 선행하면서 조류에 떠밀려 약간 떠오를 것이고, 내가 뒷줄을 계속 풀어주고 있으면 미끼는 후행하면서 바닥을 끌듯이 흘러갈 것이다. 물고기의 입질은 뒷줄을 풀었다가 잡아주는 견제 순간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견제시간은 10초가 적합
뒷줄을 견제할 땐 충분히 잡아줘야 미끼 선행의 효과가 발생하는데, 그 시간은 약 10초가 적합하다. 10초가 지나면 줄을 풀어서 흘려주었다가 새로운 지점에서 다시 10초 견제에 들어간다. 그런데 견제에 익숙하지 못한 초보 낚시인들은 겨우 2~3초 찔끔찔끔 잡아주는 소극적 견제를 많이 하는데, 그 정도로는 찌만 멈출 뿐 깊은 바닥의 미끼까지 제동이 전달되지 않는다. 찌를 잡고 5초는 지나야 수중 찌와 목줄이 차례로 펴지면서 미끼까지 제동이 걸린다. 수심이 깊을수록 견제 시간을 길게 주어야 하는데 찌 밑 수심이 15m 이상이라면 20초 정도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조류가 잘 흐를 때 견제 - 뒷줄만 잡아줘도 충분
우선 흐르는 물에서는 원줄을 잡기만해도 견제가 된다. 채비다 조류에 밀려 팽팽하게 뻗기 때문이다. 그런데 급류가 흐르는 상황이라면, 계속 원줄을 잡고 있으면 미끼가 조류에 떠밀려 바닥층에서 벗어나버릴 수 있다. 그때는 더 무거운 봉돌과 더 부력이 센 찌로 바꾸어야 견제 조작이 가능해진다.
우선 뒷줄을 팽팽하게 잡고 10초간 기다려본다. 그때까지 찌매듭이 찌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유속과 채비 무게가 적당히 맞는 것이다. 흐르는 물에서 10초의 견제는 상당히 길고 강한 견제지만, 찌 매듭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수중의 미끼는 생각보다 많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만약 10초 안에 찌 매듭이 올라와버리면 유속에 비해 채비가 가벼운 것이므로 수중 찌나 목줄의 봉돌을 더 무거운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 경우 찌도 당연히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이 '10초 견제'는 입질 예상 포인트에서 시도 하는 것이다. 즉 예상 포인트가 30m 전방에 있는데 발밑의 급류대부터 10초 견제를 시작하면 안 된다. 급류에선 견제를 해도 뎐제가 되지 않으므로 대충 흘리다가 유속이 한풀 꺾이는 입질 예상지점에 이르렀을 때 10초 견제를 들어가야 한다.
조류가 흐르지 않을때 견제 - 조금씩 당겨 들인다.
흐르지 않거나 앞으로 흘러드는 물에서의 뒷줄 견제는 낚싯대를 들어주거나 릴을 감아서 원줄을 조금씩 내 앞으로 당겨 들이는 조작을 말한다. 조류가 없다면 미끼 선행이 어려워진다. 찌가 한 곳에 머물러 꼼짝 않는다면 이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답답한 일도 없다. 입문자들의 경우 조류가 없는 홈통에서 낚시할 때 종종 가만히 서서 찌만 바라보곤 하는데, 물고기는 낚여주는 것이 아니라 낚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입질을 받아 내기 위해서는 멈춤 조류속에도 미끼가 리드미컬하게 움직여 주어야 한다. 조류가 원활하게 흐를 때는 가끔 원줄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그런 액션이 연출되지만 조류가 흘러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억지로라도 줄을 당겨주어야 그런 액션이 나온다. 조류가 없는 상황에서는 멀리 던져서 가라앉힌 다음 천천히 앞으로 미끼를 당기면서 액션을 주어야 한다. 우선 멀리 원투 할 수 있는 무거운 찌가 필요하다. 최대한 멀리 원투한 채비가 완전히 정렬되면 릴을 천천히 한두 바퀴 감아 들여 채비를 당긴 후 다시 정렬되기를 기다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기다리는 시간은 2~3분이 적당하며 채비가 앞으로 다 끌려오면 다시 회수하여 원투 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찌를 던졌다 감아들일 때는 부챗살 모양으로 고루 더듬어서 탐색하고, 밑밥은 중간지점에 집중 투입하여 채비가 당겨져 오면서 바닥에 깔린 밑밥 위를 스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신은 채비를 감았다가 정렬되는 과정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움직이는 미끼를 보고 물고기가 반응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때 찌의 부력도 중요하다. 1~1.5호에 이르는 고부력찌 채비는 살짝 감아 들일 때 떠오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끌리게 돼 밑걸림만 심하게 될 수 있다. 또 지나친 저부력 찌 채비는 미끼가 아예 중층에서 끌려오게 될 수도 있다. 대개 이때는 조류가 빠른 상황이 아니므로 0.5~0.8호 부력의 찌를 사용 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채비를 끌어당기는 속도도 중요하다. 미끼가 충분히 바닥에 닿았다고 생각될 때 줄을 감아 들이는데 이때 살짝 떠오를 것을 염두에 둔다면 너무 빠르게 감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 옆사람도 모를 정도로 살짝 한두 바퀴 부드럽게 감아주고 기다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뒷줄 관리법 - 직선 유지
뒷줄 관리는 채비 조작의 출발이며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구멍찌 낚시의 뒷줄 관리는 '직선 상태 유지'가 생명이다.
조류가 앞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원줄 관리를 하지 않아도 일직선으로 술술 풀려나간다. 그러나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횡으로 조류가 흐른다면 멀리 흘러갈수록 원줄이 활처럼 휘게 된다. 또 바람이 횡으로 불 때도 원줄이 바람에 밀려 큰 포물선을 그리게 된다. 그 경우 문제점은 찌가 앞으로 끌려와서 밑밥의 띠에서 벗어나 버린다는 것이다.
그때는 릴대를 치켜들어서 원줄을 들어 조류나 바람의 상류 쪽으로 넘겨야 하는데 그것을 흔히 줄넘기라고 한다. 그래야 원줄이 일직선을 복구하여 원하는 히트 지점까지 찌를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조류에 밀리는 원줄은 낚싯대만 들어서 넘기면 되지만, 바람에 밀리는 원줄은 낚싯대를 드는 순간 더 바람을 많이 타므로 넘기기 어렵다. 그때는 대 끝을 물속에 넣어서 릴을 약간 감아서 줄을 다소나마 팽팽하게 만듬과 동시에 탁 채듯이 대를 들어서 넘겨야 한다. 상당한 숙련을 요하는 고난도 테크닉이다.
수면에 늘어진 원줄은 플로팅 - 세미 플로팅 - 싱킹 순으로 잘 들린다. 물속에 깊이 잠길수록 조류 저항도 크게 받고 잘 들리지 않아 불편하다. 플로팅 줄은 바람에 많이 밀리는 단점이 있지만, 밀린 상태를 쉽게 복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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